청수사에서는 교토를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오래된 절의 정취와 함께 전망대의 역할도 할 수 있어 항상 사람이 많습니다.
“교토는 옛 정취를 간직한 오래된 도시입니다.”라고 하면 뭔가 전형적인 묘사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제가 생각하는 교토는 일본의 아이콘 같은 곳이 아닐까 합니다. 낡은 목조건물,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 하천이 흐르고 그 옆으로 늘어선 가게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일본이 교토에는 한곳에 모두 모여 있습니다.
8년 만에 방문한 교토는 사람으로 가득했습니다. 조용하고 한가로웠던 기억과 달라 놀랐습니다.
그 때문인지 오랜만에 방문한 교토는 여행객으로 인산인해였습니다. 특이한 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한곳으로 치우치지 않은 것이랄까요. 서양인들이 많은 것은 물론 인도계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아랍어도 들렸습니다. 전 세계에서 일본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은 전부 교토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바티스는 빠르고 정확한 AF가 가능한 모델입니다. 자이스의 성능에 편의성을 더한 우수한 렌즈인 셈입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교토에 왔던 것은 약 8년 전. 그때만 하더라도 엔화는 지금만큼 약하지는 않았고, 교토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이라 한적했습니다. 야사카 신사가 있는 마루야마 공원 같은 곳은 대낮에 가도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을 만큼 한가했고, 기온 거리도 저녁이 되어야 그나마 사람이 모였습니다. 가게를 가도 줄을 서는 경우도 없었고 산책하듯 평화롭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교토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도시라는 이미지였는데요.
해를 바라보는 극한 조건에서도 렌즈는 충분한 묘사력을 보여줍니다.
동행이 청수사를 가본 적이 없다고 해 이전에 간 적이 있었지만 다시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청수사는 절 자체의 경치도 좋지만 교토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곳에 있어 여행객이라면 꼭 한 번 들르는 곳입니다. 비단 외국인뿐만 아니라 수학여행으로 청수사를 찾는 일본 학생도 많아서 이곳에 오면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수수하게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장난스러운 웃음소리를 들으면 덩달아 기분이 그 시절로 돌아갑니다. 그때는 여행지 같은 곳은 별로 관심이 없지 않나요? 친구와 함께 있는 게 더 재미있었던 때였죠.
이미 충분히 푸르게 잎을 두른 나무. 그 사이로 청수사가 보입니다. 거대한 목조건물. 교토를 대표하는 광경입니다.
청수사를 가야 하는 이유는 그곳에서 내려오는 길 때문이기도 합니다. 청수사는 교토의 아이콘 같은 곳이기도 해서 그 주변 가게들도 분위기 있는 곳이 많습니다. 정원이 있는 찻집이라든가 일본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라든가 아니면 당고 같은 길거리 음식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청수사에서 내려오다가 우측으로 향하면 산넨자카 길로 빠질 수 있는데 이곳에서 호칸지 탑이 보이는 뷰는 유명합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교토에서 이곳을 빼놓을 수 없을 듯합니다.
다만 사람이 없는 교토 거리를 촬영하고 싶다면 부지런을 떨어야 할 듯합니다. 적어도 6시 전. 청수사가 문을 여는 시간보다 앞서 이곳에 와야 아무도 없는 산넨자카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산넨자카에서 보이는 호칸지 탑.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골목을 꼽는다면 이곳이 아닐까요?
교토 여행에는 자이스 바티스 25mm f2(ZEISS Batis 2/25, 이하 바티스 25mm)와 함께했습니다. 바티스는 자이스가 직접 내놓은 렌즈 중에서는 드물게 AF가 되는 라인입니다. 뚜잇(Touit)렌즈와 더불어서 사용하기 편한 자이스의 렌즈 라인업이라 할까요?
RGB. 우연히 담긴 색의 삼원색.
바티스는 독특한 디자인을 갖췄습니다. 디지털 방식의 거리계를 갖추고 포커스링의 패턴을 없애 심플한 느낌을 줍니다. 후드조차 렌즈의 일부인 것처럼 이어지도록 디자인해서 전체의 덩어리감이 도드라집니다. 렌즈를 이렇게도 디자인할 수 있구나 하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모델입니다. 그래서 여느 제품과 차별화된 자이스만의 분위기와 개성을 나타낼 수 있었는데요. 그뿐만이 아니라 모든 모델이 방진, 방적이 가능하고 일부 모델은 광학식 손떨림 보정 기능을 갖추는 등 현대적인 기능에도 충실합니다. 여러모로 이 시대의 자이스라는 느낌입니다.
앞의 대상은 크게, 뒤의 대상은 작게. 적당한 원근감이야말로 25mm 렌즈의 매력입니다.
렌즈의 초점거리는 독특합니다. 흔한 24mm도 28mm도 아닌 25mm 렌즈입니다. 자이스는 거의 모든 라인에 25mm 렌즈를 갖추고 있습니다. 미러리스, RF, SLR 등 모든 부분에서 25mm 렌즈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자이스는 25mm 렌즈를 내놓는 이유에 대해서 왜곡이 상대적으로 억제되어 있으면서도 피사체와 충분한 분리를 이룰 수 있는 적절한 화각이라 말합니다. 특히 바티스 2/25에 대해서는 배경과 인물을 함께 담기 좋은 렌즈라고 설명하는데요. 이것은 F2라는 넉넉한 개방 조리개 덕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면 바티스 25mm는 광각렌즈임에도 충분한 배경 흐림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름부터 깨끗한 물이 흐르는 청수사. 이곳의 약수는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유명합니다.
자이스 렌즈의 묘사는 특유의 색과 보케가 있습니다. 투명한 색과 몽글몽글한 보케는 여러 모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특히 광각에서는 렌즈 묘사에서 개성을 느끼기 쉽지 않은데 바티스는 물론 밀버스(Milvus)나 디스타곤(Distagon) 모델에서도 자이스다운 특징이 드러납니다. 이러한 일관성은 제조사에 대한 신뢰를 만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오래된 알루미늄 새시 안에 있는 녹색 공중전화. 여전히 거리를 지키는 전화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자이스는 제품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룩’을 강조합니다. 룩을 강조한다는 것은 자사 제품에서 일관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렌즈마다, 생산 시기마다 룩이 달라지는 것은 흔하게 있는 경우입니다. 같은 제조사라도 개발 시기가 달라지면 룩이 달라져서 마치 전혀 다른 제조사 모델을 쓰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자이스 룩’이 있고, 이 렌즈를 사용하면 그것을 제공할 수 있다는 말은 그들이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인물이 어떤 공간에 있는지 대상과 이야기를 동시에 담을 수 있는 화각이 25mm 아닐까요?
한 번이라도 자이스 렌즈로 어떠한 만족을 느꼈다면 다른 자이스 렌즈에서도 그 느낌을 동일하게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AF와 방진방적을 곁들여서.
사용 장비 ㅣ 자이스 Batis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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