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알게 모르게 사진과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 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가족들이 기억도 나지 않는 순간을 찍어주기도 하고, 친구들과 너무나 즐겁게 놀다가 그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기도 했죠. 생각해 보면 인생의 특별한 챕터에서 사진은 항상 묵묵히 우리들의 시간을 기록해 주었습니다. 그만큼 사진은 우리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가 그 기록을 대신해 주고 있지만 여전히 추억과 향수로 남아 있는 건 필름 카메라예요. 필름은 단순한 촬영 도구를 넘어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시간을 기록하기 때문에 그 사진을 보면 기분 탓이겠지만 '사람 냄새'가 납니다. 이런 사람 냄새가 나는 필름으로 여러분들과 함께하기 위해 또 떠났습니다.
대구로요.
필름사진 좋아하세요?

작년에 처음 필름 투어를 진행하면서 '필름 사진'을 중심으로 서로 좋아하는 걸 공유하면서 하나가 되는 시간은 무척 매력적이었어요. 단지, 필름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인 건데 세상에 있는 줄도 몰랐던 사람들을 알게 되기도 하고, 서로의 취향과 좋아하는 부분을 알게 되는 마법 같은 시간이었거든요. 그래서 올해는 꼭 필름 투어 2탄으로 또 다른 지역에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학수고대했었는데 이렇게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대구에서 진행했고, 평일이었음에도 정말 많은 분이 신청해 주셨어요. 작년에도 그랬지만 필름을 얼마큼 알고, 얼마나 잘 찍고, 얼마나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느냐는 중요한 기준은 아니었어요. 정말 필름을 사랑하거나,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분들을 보고 저희끼리 몇 번씩이나 고민한 끝에 겨우겨우 열 분과 함께 하게 되었는데 정말 다들 필름을 애정해주셔서 정말 함께할 분을 선정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아쉽게도 함께하지 못했지만 신청해 주신 분들께도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어렵게 모인 만큼 일,학업 같은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좋아하는 한 가지로 똘똘 뭉치길 바라며 행사를 준비 했습니다.



좋아하는 걸 같이 하기 위해 모였지만, 처음은 늘 어색합니다. 어색한 분위기는 숨소리 하나마저 조심스럽게 만들곤 합니다. 필름 투어 행사가 시작되고 서로에 대해 알게 되면 또 다른 모습이 되겠지만, 아직은 서로에 대한 탐색 시간이 부족하고,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게 아니니까요. 그만큼 처음이라는 건 늘 어렵지만 또 이후의 전개가 궁금해지면서 긴장과 설렘이 공존하는 시간입니다.
필름에 대해 잘 몰라도 괜찮아요, 필름 클래스
헤르츠삼오 현상소에서 스튜디오도 제공해 주셨습니다.
이번에 준비한 필름은 코닥 컬러플러스 200, 하만 피닉스 1, 피닉스 2입니다.
저희 필름 투어 참여해 주셨으니 소소하게 준비한 굿즈입니다.
전국 필름 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이죠. 오늘의 투어 가이드이자, 길잡이, 선생님, 아버지(?), 모델을 담당해 주실 김태풍 작가님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이제 저희와 한 몸인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인데요. 늘 그렇듯 작가님의 호탕한 웃음과 재밌는 분위기 덕에 서먹한 분위기가 조금씩 녹았습니다. 저희도 아이스 브레이킹용 퀴즈를 준비해 왔는데 잘 먹힌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도움은 된 것 같습니다.
김태풍 작가님이 출사 전에 간단하게 작가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준비해 주셨습니다. 작가님은 필름 사진, 장비 등에 대한 경험도 풍부하지만, 워낙 다양한 사람들과 폭넓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필름으로 하나가 되는 일명 '김태풍 유니버스'를 만들고 있는데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도 위축되지 않고 편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셨어요.
촬영 기술보다는 마음가짐이 바뀌어야 필름 사진이 사랑하는 취미가 되어 재미를 느끼면 많이 촬영하게 되고 결국엔 기술적인 면은 자연스레 따라오니 재미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주셨어요. 또한, 초보인 분들은 필름 한 컷 촬영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그 이유가 여러 가지겠지만 보통 '망할까 봐 두려워서'일 때가 많은데 그저 천천히 걸으면서 내 주변에 있는 것들, 내 시선이 머무는 곳을 찍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알려주셨어요.
자기만의 카메라를 보면 그 안에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상태가 너무 좋은 바르낙을 봤습니다. 가끔 행사를 진행하면 이렇게 눈호강을 합니다.
사진을 넘어서 다양한 감정을 교류하고자 작가님께서 모두에게 필름 카메라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어떤 카메라를 사용하는지. 또 카메라를 넘어 개인적으로 스트레스 받을 땐 어떤 걸로 해결하는지 등 아주 잠시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서로 나누면서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걸 위해 모인 사이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서로의 장벽을 허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나서는 작가님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슬럼프나 권태기가 왔을 때 파노라마나 하프 등의 다양한 포맷의 장비를 써보며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영역을 즐기고, 변화된 포맷에 맞춰 내 시선의 흐름도 바뀌니까 세상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 달라진 시선으로 매일매일 일기처럼 촬영해 보며 지나가는 하루를 소중히 기억하고, 기록하다 보니 권태기와 슬럼프가 자연스럽게 지나갔다고 해요. 가장 중요한 건 매일 기록해 나가는 마음과 의지더라고요. 그렇게 사진과 함께 어려운 시기를 지날 수 있었다는 말에 잠시 위안을 얻게 됩니다.
작가님은 아직 카메라가 없는 분들을 위해서 기계식, 전자식, 클래식 카메라들의 특성들을 설명해 주면서 자신에게 맞는 카메라를 찾아보고 그 카메라를 어디서 어떻게 구매할 수 있는지, 오래된 카메라와 렌즈를 살 때 주의할 점 등도 처음인 분들을 위해 꼼꼼히 알려주셔서 용기를 한 번 더 주셨어요.




아침 일찍 모인 탓에 너무 이야기만 하면 배가 고플 것 같아 간단하게 샌드위치와 음료를 준비해 드렸습니다. 서로의 이야기와 인스타그램을 공유하다 보니 웃음이 떠나가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서로의 사진 취향이나 성향을 약간 엿볼 수 있었어요. 이런 기회가 있을 때 작은 연결점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진 친구가 되기도 하고, 온라인이지만 그래도 각자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며 동기부여를 받기도 하니까 좋아하는 취미를 함께 하는 사람들을 조금씩 알아두는 것도 꽤 좋은 일이죠.


잘 몰라도 괜찮아요. 다 알려 드리니까요!
사실 필름을 장착할 때가 가장 설레는 것 같아요.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잘 찍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들을 가지게 만들어요.
개인 카메라를 챙겨오신 분들에게는 필름만 드리고, 따로 펜탁스 17 대여를 희망하셨던 분들에게는 필름과 함께 대여해 드리면서 필름을 넣는 법부터 주의해야 할 부분, 펜탁스 17에 대한 설명도 같이 드렸어요. 펜탁스 17을 대여하신 분 중에서는 개인 카메라가 있지만 그런데도 이번 기회를 통해 써보길 희망하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아 그리고 카메라를 과감히 선택하신 만큼 필름도 써보지 않은 필름을 고르셔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서로 부푼 기대를 안고 이제 본격적인 출사에 나섰습니다.
필름으로 우리 동네를 담아봤어요, 필름 투어 출사


이렇게 걸어 가면서도 궁금했던 것들도 물어볼 수 있어요.
이번 필름 투어의 출사코스의 컨셉은 '근대 문화거리'입니다. 봉산문화거리를 지나서 이동하고, 선교사 주택, 한국 최초의 서양 사과나무 등이 있는 청라언덕을 지나 우리나라의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는 계산성당 그리고 약령시 문화거리를 통해서 헤르츠삼오 대구점으로 이동합니다. 단순히 예쁜 카페 골목도 좋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을 돌아보며 이 시간을 기록하는 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이 코스를 기획했습니다. 대구로 여행 가는 분들도 이 코스 중에서 근대 문화거리 쪽을 걸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거예요.


이 날 온도가 영상 14도까지 올라가서 정말 촬영하기 좋았습니다.

사진은 혼자 찍을 때도 재밌긴 하지만 함께하면 더욱 배가 되는 이상한 마법이 있어요. 작품 같은 사진보다는 서로의 모습을 기록해 주면서 웃고 떠드는 시간이 많아지긴 하지만 이마저도 즐거움의 한 포인트가 되더라고요. 날도 따뜻하긴 했지만 무채색 풍경과 색감이 가득한 겨울 풍경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재밌게 다닌 기억으로 보정되는 게 함께하는 것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모르는 게 있어도 스스럼없이 물어볼 수 있고, 서로가 가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건 이런 자리가 아니면 하기 힘든 것들이니까요. 이런 행사를 통해서 웃고 떠들면서도 재밌게 사진 촬영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 드리는 게 저희 세기P&C 가 이런 필름 투어를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서로를 촬영해 주다가 웃음이 터지곤 합니다. 이런 건 보고만 있어도 재밌어요.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현상소로 가는 길은 약전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다녔습니다.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나 예쁜 카페에서 촬영한 사진보다 이런 오랜 시간을 머금고 있고, 이 곳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을 담으니 인상 깊은 곳이 되었습니다. 탕약 향기, 골목에 있던 예쁜 벽화들, 그곳에서 웃고 촬영하던 우리들의 모습까지 말입니다.
이제 대구를 생각하면 동성로만 떠오르는 게 아니라 청라언덕, 약전골목처럼 함께 다녔던 곳이 생각날 거 같아요.

소중한 필름아 제발 잘 나와줘라 소원을 빕니다.
헤르츠삼오 대구점으로 향했습니다. 이전에 전국 필름투어 1탄에서도 헤르츠삼오와 함께 촬영한 필름의 현상과 스캔을 맡아서 도와주셨는데, 이번에도 대구의 대표 필름 현상소인 '헤르츠삼오 대구점'과 함께 했습니다. 점점 사라져가는 필름의 현상소를 보며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대구와 부산을 거점으로 해서 필름 현상소인 '헤르츠삼오'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필름에 대한 애정과 사진을 사랑하는 헤르츠삼오와 함께 여러 사람에게 필름의 즐거움을 전파할 수 있어서 저희도 즐거웠습니다.
헤르츠삼오에서 모여서 필름을 리와인딩 해보고 빼서 맡겨보는 것까지 직접 해봤는데, 필름의 경험이 많으신 분들은 너무나 쉬운 작업이지만 필름을 많이 써보지 않은 분들에겐 너무나도 무섭고, 두려운 부분입니다. 이런 부분은 유튜브를 통해서도 나오지만 이렇게 배울 수 있는 기회에 함께 해보는 게 최고의 강의가 되는거죠. 김태풍 작가님께서 세심하게 알려주셔서 우려했던 사고 없이 무사히 잘 끝마치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내가 담은 시선을 함께 보는 시간, 필름 토크쇼


분위기 정말 좋죠? 피드백 시간은 이렇게 즐거워요. 아직 눈으로만 보셨던 분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제 대망의 사진 피드백 시간입니다. 피드백 시간은 사진을 보며 잘 찍었는지, 못 찍었는지를 판별하고 피드백을 주고받기보다는 여기에 더 해서 '이렇게 찍으면 더 도움이 될 겁니다.' 정도의 피드백을 나누긴 하지만, 그 시간, 그 공간에서 찍은 경험을 공유하고 사진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나누는 시간이기에 크리틱과는 거리가 멀긴 합니다.
사진을 함께 보는 건 그 시간과 그 때의 감정을 서로 나눌 기회가 됩니다. 평가하기보다는 서로를 찍어준 사진을 보며 웃기도 하고, 나와는 다른 시선에 대해서 진지하게 보기도 하죠. 때론 촬영한 의도를 포장하지 않고 이야기해서 새롭게 배우는 부분도 생깁니다. 그리고 온전히 이 시간 속에 집중하게 되는 나 자신을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함께' 한다는 건 단순히 '같이'하는 것보다는 깊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러갔는지, 왜 이렇게 즐거웠는지, 끝나가는 시간이 왜 이렇게 아쉬웠는가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피드백 시간이 끝나고 현상된 필름을 나눠드리며 필름 투어가 종료됐어요. 언젠가 어디선가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인연이라는 게 정말 무서워요. 이렇게 서로의 교류가 한 번 생기면 그 후에 꼭 한번은 마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더 소중히 여기며 필름 투어에 참여했습니다.


저마다의 즐거움을 지켜보기도 하고, 서로가 좋아하는 걸 알게 되면서 사진 하나로 시작되어 하나의 인연으로 이어지는 이 신비로움은 만나서 함께 같은 시간을 공유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에요. 그래서 혼자 촬영하러 다니면서 좋은 사진을 촬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은 관심사로 똘똘 뭉친 사람들과 함께하면 사진을 더욱 즐겁고 오래 찍을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어요.
다음 필름 투어의 도시는 어디가 될까요? 혹시 우리 도시에 와서 함께 필름 투어를 하며 좋아하는 것들로 꽉 채운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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